2008년 11월 13일
타인의 삶
weekly management dose 32호. 10.17.2008
가을 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 입니다. 요즘의 하늘을 보면 우리가 잠자는 사이에 어느 거인이 흙장난을 해서 먼지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중학교 시절, 오후 4시쯤 커텐틈새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비친 교실의 먼지가 생각납니다. 평소에는 모르다가 그 먼지 뿌연 교실을 느끼고 나면 '우리가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공부하다 죽는게 아니라 숨막혀 죽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모름지기 가을이면 하늘도 높고 찬바람도 솔솔 불어주면 좋겠습니다.
퇴근 후 동네에서 회사의 모 과장 두명하고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이 과장님들하고 11월 중순 쯤에 PLDC 워크숍을 가야하는데, 어떤 컨셉으로 워크숍을 기획하면 좋을 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가지 옵션은 외부의 교육기관에서 리더십 프로그램을 사서 이틀동안 진행하는 것이고, 다른 옵션은 다른 직급입문 워크숍 처럼 저희 팀에서 기획하고 필요한 강사를 섭외해서 우리식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죠. 이 두 과장들 모두 두번째 방안을 지지했는데, 그 이유는 이론적인 이야기나 방법론 보다는 '누군가의 경험'이 더 생각할 꺼리들을 준다는 것 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스토리 텔링이 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프리젠테이션의 비법으로 회자되고 있는지 알것 같더군요.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나와는 다른 삶, 성공한 사람들의 삶, 내가 보지 않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논리에 굳이 끼워 맞추자면, 사람들은 ipod의 기술이나 대박 성공비결 보다는 스티브 잡스라는 파란만장한 성공스토리를 쓴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고 , 버거킹을 먹는 억만장자 할아버지의 삶이 우리에게 존경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론이나 스킬을 가르치는 강의는 지루해하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있는 강의를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수필을 좋아하는 편인데, 1993년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은 저를 하루키 월드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이 양반의 여행기인 '먼 북소리'를 읽고 나서는 '여행가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노트에다가 사진이랑 감상을 정리해서 여행기를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국 게으름에 사진만 수북히 남겨 놓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블로그가 바로 이런 생각을 디지털로 현실화 한 거죠.) 그래서 또 한동안 남의 여행기들을 참 많이 읽기도 했습니다. 여행기에는 필자들의 독특한 감성들이 담겨 있어서 신선한 자극들을 줍니다.
최근 푸르덴셜을 떠나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모군의 블로그를 종종 방문하고 있는데, 읽고 있으면 왠지 녀석과 속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기분 입니다. 어제 이녀석에게 편지가 왔었는데, 여행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집을 떠나서 직장도 버리고 떠난 여행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처음 보는 사람들 집에서 얹혀 지내고도 하니까 나름 여행하는 재미가 있네요. 몸은 좀 고되기도 하고 중국같은 곳에서는 말이 안통하니 기초적인 일상조차도 챌린징하게만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그런지, 그렇게 흔하게 나던 배탈도 안나네요 ㅎㅎ. -
(같이 술마시다보면 한 20분 정도는 소리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던 녀석 입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나중에 배탈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별로 걱정도 안 했었지요.이 녀석의 블로그 입니다. http://blog.naver.com/aiowet )
어딘가로 마냥 사진기 하나들고 돌아다니고 싶은 흐린 황사의 가을 저녁 입니다.
<추천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 윤성원 역 | 문학사상사 | 2004.01.05 이태리에서는 관공서를 믿지말라는 교훈을 주는 책 입니다.
# by | 2008/11/13 20:18 | Management Dose | 트랙백 | 덧글(0)









